오늘 있었던 현대건설과 기업은행 경기를 통해 보겠습니다. 김희진 선수가 온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여러 이유들이 존재합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면, 화면에 1세트 마크가 채 사라지기도 전입니다. 현건이 첫 서브를 넣고, 기은이 첫 리시브를 하는 장면입니다. 왼쪽 파란 유니폼이 기은인데요. 보시면 공이 있는 한 공간에 리베로(신연경)와 레프트(표승주)가 함께 있죠. 실제로 리시브를 리베로가 아닌 레프트가 받았습니다. 이 경우라면, 리베로가 무조건 리시브를 받아줬어야 합니다. 수비 전문 선수여서 더 안정적인 리시브를 받아낼 확률이 높아서이기도 하지만, 공격자원인 레프트는 공격 준비를 해야죠.

그럼 세터 입장에서 공격 옵션지가 하나 늘어나기 때문에, 상대 블로커 입장에서도 미리 블로킹을 서있기 어렵게 돼서 상대 수비가 자연스럽게 어려워집니다. 저 장면에서 레프트가 리시브를 한다는 사실 하나가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되버리면 상대 수비 입장에서는 센터와 라이트만 막아주면 됩니다. 게다가 라이트가 저렇게 빠져서 리시브를 하는 경우, 리시브가 좋지 않을 확률이 높죠. 실제로 리시브가 흔들렸고 아래 사진을 보시면, 세터인 조송화 선수(14번)가 그냥 상대 진영에 공 넘기려고 뒤로 갑니다.

이렇게 공격 기회 한 번을 의미 없이 소진합니다. 게다가 상대팀은 이 지점에서 눈치를 챕니다. "아, 얘네 롤플레이 안된다. 리시브 개판이면 센터 열어두고, 라자레바한테만 블로킹 세우자." 이게 1세트에만 3번이나(모두 표승주 선수) 등장합니다. 감독님 역량 문제인지, 표승주 선수의 롤플레이 무시인지 모르겠지만 전자와 후자 모두 팀이 엉망진창이라는 점에서 같습니다. 설명을 읽으신 후에 아래 gif파일을 보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반면에 모범적인 상황은 어떨까요? 상대팀인 현대건설의 사례를 하나 보겠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면, 같은 1세트이구요. 또 어렵게 겨우 넘긴 공을 현대건설의 황민경 선수가 안정적으로 리시브 합니다. 세터가 토스를 하려는 순간에 루소, 정지윤, 고예림 선수가 모두 네트 앞으로 달려가고 있고, 양효진 선수는 혹시 모를 백어택 찬스를 위해 많이 이동하지 않습니다.

이 직후 상황 아래 gif로 보시면, 속공으로 정지윤 선수가 아~주 깔끔하게 공격 한 번을 사용합니다. 득점 성공을 떠나서 정말 깔끔한 공격이죠.

다시 돌아와서, 리시브가 좋아야, 사령관인 세터가 경기를 만들어 낼텐데, 기본적인 롤플레이가 무너지니 세터가 세터 일을 못합니다. 심지어 기은 세터인 조송화 선수는 운동 능력이 막 엄청난 선수가 또 아닙니다. 최악의 상황이죠. 리시브가 개판이라, 조송화 선수의 토스가 함께 무너집니다. 라자레바 선수 오늘 경기 끝나고, 공복에 활명수 두 병 마시고도 체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만큼 답답했을거에요.

레전드 세터인 김사니 코치가 이번에 기은에 합류했는데,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이 클 것 같습니다.

저는 다른 글에서 밝힌 적 있는 것처럼, 그냥 금융사 다니는 스포츠 비전공 방구석 팬 직장인인데요. 집 와서 오늘 경기 두 개 보고 하이라이트나 모아서 칭찬 글 올리고 자야지 하는 마음으로 집 와서 기은 경기 보고 화딱지가 나서 이 글 쓰느라 한 경기는 못보고 잡니다. 내일 ibk 다니는 친구한테 괜히 카톡 보내서 성질 부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