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대학의 John Gourville교수는 '혁신의 저주'라는 용어를 말한 바 있습니다.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시들어버리는 혁신적인 제품이나 기술이 90%가 넘는 상황을 말하는 용어로, 아무리 제품이 혁신적이어도 고객 입장에서 새로운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편하지 않거나 전환비용이 높게 든다면 소비자들은 결국 새로운(혁신적인) 제품을 외면하는 것을 뜻합니다.
'왜'를 고민하지 않은 혁신은 버려진다
4차 산업혁명이 가까워지고(혹은 이미 진행되고 있고) 혁신의 저주는 더 자주 등장하게 될 것 같습니다. 얼마 전 한 로봇 전문가가 "우리나라 로봇은 걷는데, 미국 로봇은 뛴다. 우리도 서둘러 기술을 개발해서 로봇이 뛰도록 해야 한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한 참가자가 "로봇이 뛰면 어떻게 되는데요?"라는 질문을 했고, 전문가는 아무 답변을 못했습니다.
로봇이 뛰면 과연 우리 삶은 어떻게 바뀌는건데요? 로봇이 뛰어야만 경제가 성장하고, 고용이 창출되고, 우리 삶의 질이 올라가는걸까요? 로봇 전문가는 '왜'에 대한 고민 없이 오로지 개발을 위한 개발을 하고 있는것은 아닐까요? 잘 뛰는 로봇을 왜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을 우리 스스로가 할 수 있어야합니다. 혁신적인 제품이나 비즈니스 모델이 꼭 성공을 의미하진 않으니까요.
갤럭시와 아이폰
삼성의 갤럭시와 애플의 아이폰 사진입니다. 예전에는 한 기업이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개발하면 선두 기업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다른 회사가 혁신적인 제품을 따라잡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한 회사가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면 경쟁사는 비슷한 제품을 내놓습니다. 하지만 가격은 비슷하죠. 앞선 제품과 비슷하거나 낮은 경우도 많습니다. '기술의 저주'라고도 합니다.
'기술의 저주'는 회사가 기술을 개발하면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기술 개발에 막대한 돈을 쓰지만 출시된 제품의 가격은 오히려 전보다 낮아지는 상황을 말합니다. 모든 회사들이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니, 시장에 넘쳐나는 '좋은' 제품들로 인해 소비자들은 혁신적인 제품에 둔감해지고, 타사의 제품 뿐 아닌 자사의 제품과도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왜'에 대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뛰어다니는 로봇을 만들려면,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만합니다. 단순히 개발을 위한 개발은 의미가 없습니다. 혁신과 기술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왜'를 고민해야 합니다.